AI 단톡방의 등장

AI 단톡방의 등장

― 우리는 어디까지 함께 생각하게 될까

요즘 GPT에 ‘사람 초대’ 기능이 생겼다.
흔히 말하는 단톡방 기능이다.
처음엔 가볍게 “아, 이제 GPT랑 단체 채팅도 되네” 정도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을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프라이빗 단톡방이라는 실험실

현재 이 기능은 지인 초대 기반의 프라이빗 단톡방 형태다.
방장을 중심으로, 소수의 사람이 같은 GPT와 동시에 대화한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이 단톡방의 GPT는 각자의 개인 AI가 합쳐진 존재가 아니라,
방장의 맥락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공통 사고 보조자
다.

즉,

  • 사람들은 서로 다르지만
  • 사고를 정리하고 요약하는 ‘지적 매개체’는 하나다

이 구조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단톡방에 생기는 ‘작은 집단 무의식’

몇 명만 모여도, 대화는 곧바로 집단의 색을 띤다.
누군가는 주도하고,
누군가는 침묵하고,
누군가는 조율하려 들고,
누군가는 농담으로 긴장을 풀거나 갈등을 회피한다.

이건 성격 문제가 아니다.
집단이 만들어내는 무의식적 역할 분화다.

AI 단톡방은 이 과정을 아주 또렷하게 드러낸다.

  • 누가 프레임을 만들려 하는지
  • 누가 논점을 바꾸는지
  • 누가 감정을 폭발시키는지
  • 누가 “중립”이라는 언어로 권력을 행사하는지

AI는 판단하지 않지만,
이 패턴들을 언어로 드러내는 데는 놀라울 정도로 능숙하다.

그래서 이 공간은 단순한 대화방이 아니라
‘작은 집단 무의식 관찰실’에 가깝다.


그럼 국가 권력자나 글로벌 기업은 이미 쓰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의문을 가진다.

“대통령, 정보기관, 글로벌 기업 총수들은
이미 AI 단톡방 같은 걸 쓰고 있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형태는 다르지만 이미 활용하고 있다’가 맞을거 같다.

다만 우리가 쓰는 것과는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 외부 서버 미사용
  • 온프레미스(자체 서버)
  • 로그 관리·보관 정책 명확
  • 대화형 커뮤니티보다는 분석용 AI

그들은 AI를 회의 파트너가 아니라
사전 시뮬레이션 장치로 쓴다.

왜냐하면 권력자에게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을 결정했느냐”보다
“무엇을 말로 남겼느냐”*기 때문이다.


왜 엘리트들은 ‘AI 단톡방’을 꺼릴까

이유는 명확하다.

  1. 모든 문장은 기록이 된다
  2. 기록은 언젠가 해석된다
  3. 맥락은 사라지고 문장만 남을 수 있다

AI 단톡방은

  • 책임 소재가 흐려질 수 있고
  • 집단사고(그룹싱크)를 강화할 수 있으며
  • AI가 ‘중재자처럼 보이는 순간’, 권력 구조가 흔들린다

국가나 기업 최고위층이
이런 불확실성을 좋아할 리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가 있다

그래서 지금 이 AI 단톡방은
권력층보다, 오히려 일반 사용자에게 더 열려 있다.

아직 책임을 져야 할 결정권이 없고
아직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사람들.

이 공간에서 우리는

  • 다양한 관점을 시험하고
  • 생각의 충돌을 안전하게 겪고
  • 집단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은
그들만 쓰던 사고 실험 도구의 ‘민주화 버전’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이 모델은 어디까지 확장될까

당장 공개 주제 단톡방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 종교, 이념 문제는 너무 위험하다.

그러나 가능성은 보인다.

1단계는 주제 기반 소규모 스터디
2단계는 언어·국가를 넘는 사고 교류
3단계는 AI가 중재하는 공론장에 가까운 구조

물론 아주 조심스럽게, 아주 천천히 갈 것이다.


AI 단톡방은 ‘단톡’이 아니다

이 기능의 본질은 대화가 아니다.
사고를 함께 정리할 수 있게 된 첫 구조다.

AI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 감정
  • 권력
  • 침묵
  • 충돌

을 언어로 붙잡아 준다.

그래서 이 방에서 남는 것은
“누가 이겼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했는가”**다.


마치며

AI 단톡방은 아직 미완이다.
위험도 많고, 오해의 소지도 크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우리는 이제
‘혼자 생각하는 인간’에서
‘함께 사고하는 실험 단계’로 들어왔다.

이 변화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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